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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봄의 전령사 주꾸미
쫄깃한 봄의 전령사 주꾸미
  • 배석환
  • 승인 2019.03.1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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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를 잡기위해 필요한 소라껍데기

 

겨울동안 잠들어 있던 서해바다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녹기 시작하는 3월. 바닷속 수온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해 수많은 어종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특히, 갯벌을 토대로 살아가는 어종들은 먹이가 풍부해짐에 따라 산란기를 준비하기 때문에 더욱더 맛이 좋아지는 시기다. 그 중 대표적인 어종이 주꾸미다. 밥알만한 알이 들어차 쫄깃하고 고소한 주꾸미 잡이를 떠나는 무창포항 어선을 따라가 보았다.

■ 3~4월이 제철, 알이 가득찬 주꾸미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무창포 앞바다를 거칠어지게 만들고 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지만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이 무창포항을 출발하려는 어선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정도면 조업하는데 무리는 없는데 파도가 높아서 위험할 수 있으니 단단히 채비를 하세유”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영광2호 김윤태 선주가 걱정을 해준다. 무창포항 주꾸미잡이 어선들은 대부분 두명이 작업을 하는 소형 어선이다. 따라서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심하게 요동을 치기 마련이라 처음 타 본 사람들이 자칫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소라껍데기 안에 주꾸미가 들어있는지 살펴보는 김윤태 영광2호 선주

 

30여 분이 지났을까! 김윤태 선주가 속력을 줄이니 김환철 선원이 재빨리 부표를 건져 올리고 뱃머리에 설치한 사이드 드럼에 부표를 따라 올라온 밧줄을 감으니 얼마 후 소라껍데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왔다. 그 안에 주꾸미가 숨어 있는 것이다.

주꾸미는 수심 10미터 정도의 연안에 서식한다. 주로 밤에 활동하고 5월부터 본격적인 산란에 들어간다. 따라서 알을 부화할 최적의 장소를 찾기 시작하는 때가 3~4월이다. 이 시기에 빈 소라껍데기를 설치해 두면 산란을 위해 주꾸미가 그 안에 들어가니 미끼가 따로 필요없는 수월한 어획방법이다.

 

보통 소형어선의 경우 부표와 부표사이에는 3000개 정도의 소라껍데기가 매달려 있다. 밧줄(모릿줄)이 양승기를 따라 감아지기 시작하면 선원들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윤태 선주가 올라오는 소라껍데기 안을 빠르게 훑어 본 후 신호를 주면 김환철 선원은 곧바로 갈고리 모양의 도구로 숨어있는 주꾸미를 꺼낸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주꾸미는 소라껍데기 안에서 유유히 다시 바다로 들어가 버린다.

“보통 아침 8시 정도에 나와서 두어시간 작업하면 끝나는데 오늘은 파도가 높아서 작업속도가 안나유” 일반인이 보기엔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윤태 선주는 느린 작업속도로 애가 타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건져 올려야 할 소라껍데기가 많은데 배가 파도에 밀려 자꾸만 뒤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올리지 못하고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무창포 앞바다의 싱싱한 주꾸미

 

“한 20kg 정도 되려나? 나는 많이 잡아서 중간상인한테 넘기는 것이 아니고 팔 만큼 만 잡으믄 되니까 이정도면 되유” 일을 끝내지 못하고 무창포항으로 돌아감에도 표정이 밝기만 한 김선주의 얼굴에서 충청도 바다사나이의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 봄철 식탁 주꾸미로 건강․맛 동시에

잡아 온 주꾸미는 곧바로 수조속으로 들어간다. 신선도를 유지하려는 것인데 김선주가 싱싱한 주꾸미 고르는 팁을 가르쳐주었다. 싱싱한 주꾸미를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지저분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주꾸미의 특성상 바닷속 갯벌에서 생활한다. 따라서 갓 잡은 주꾸미는 빨판에 펄이 묻어있기 마련이다. 어시장에 수족관에 가득 들어있는 주꾸미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깨끗한 흰색이다. 보기에는 좋겠지만 대부분 이런 것들은 삼일 정도 지난 것들이라고 한다. 대신에 빨판에 진흙이 묻어있으면 잡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중국산과 구별법도 있지만 요즘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예전에는 국내산 주꾸미는 몸통에 황금색 태가 있다 했지만 중국산에도 이러한 것을 흔히 볼 수 있기때문에 잘못 알려진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머리의 갈색 반점이 선명한 것이 국내산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것 역시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는 방법이라 한다.

주꾸미는 주로 갯벌이 있는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어획된다. ‘쭈깨미’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주꾸미’라 불러야 한다. 생김새가 낙지와 비슷하기 때문에 간혹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8개의 다리가 일정하게 같은 크기면 주꾸미, 긴 것이 하나 정도 있으면 낙지이다.

맛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낙지의 경우 오래 삶으면 질겨지는 반면 주꾸미는 쫄깃해진다. 또한 산란을 위해 가득 품은 알 또한 낙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별미다. 싱싱한 것은 회로 먹어도 맛있지만 고추장 볶음과 ‘샤브샤브’와 같은 방법으로 먹으면 더욱 맛있게 음미할 수 있다.

 

저칼로리,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DHA가 다량 함유되어 콜레스테롤을 억제해준다. 또한 피로회복에 탁월한 타우린이 풍부해 봄철 나른한 몸을 활기차게 유지하는데 주꾸미만한 음식이 없다.

정해져 있는 가격이 없다. 잡아 온 양에 따라 그날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꾸미나 산낚지와 같은 어종으로 조리를 하는 음식점의 메뉴판에서 ‘시가’라는 가격표시를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마다 어획량이 줄고 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금어기가 법으로 정해져 있지가 않기 때문에 산란기에도 무분별하게 어획을 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저인망 어선들이 크기에 상관없이 잡아들이기 때문에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낚시로 잡는 양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낚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을이 되면 주꾸미를 잡기위해 수많은 낚싯배들이 무창포항을 비롯해 서해안에 즐비하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건져 올리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 소라껍데기 하나에 500원이나 해유. 그래서 모릿줄 한 구간만 바꿔도 200만원정도가 들어가니까 부담이 되유” 김선주의 말인데 소라껍데기를 영구히 쓸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다. 걷어 올라오면서 깨지고, 오래된 것은 따개비가 자라기 때문에 바꿔줘야 하고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입맛 잃기 쉬운 봄, 주꾸미로 우리네 식탁에 바다가 전달해주는 봄 내음을 가득 채워 보는 것은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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