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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흔적을 간직한 여인의 섬 '추도'
공룡의 흔적을 간직한 여인의 섬 '추도'
  • 배석환
  • 승인 2019.02.2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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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하게 보이는 공룡발자국 한 걸음 한 걸음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 같다
추도 돌담 '바람길'

 

겨울 바다 여행은 아무도 없는 백사장을 혼자 걷는 것 뿐 아니라 아무도 없는 섬에서 차분하게 자신을 마주하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전라남도 여수에는 너무도 잘 알려진 섬도 있지만 사람들이 찾지 않는 외딴 섬들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섬이 추도다. 섬을 소개한 책자에 나오기는 하지만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적혀 있지 않다. 배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추도를 가는 방법을 물어도 아는 이들이 없다. 철부선의 뱃고동이 울려 퍼지는 백야도 선착장은 섬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가려는 이들로 부산하지만 누구 하나 추도를 향하는 이들이 없다.

“사도로 가야 합니다. 거기서 마을 주민들에게 개인 어선으로 태워달라고 하면 몇 만원 주고 갈 수 있을 겁니다.” 승선표를 확인하던 직원이 머뭇거리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팁을 알려주었다.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사도로 향하는 철부선에 몸을 실었다. 여러 섬을 거쳐 1시간 30분을 달리니 사도에 도착했다. 공룡섬이란 애칭이 있는 사도는 추도와 마찬가지로 공룡발자국이 발견된 곳이다.

겨울인데다 평일이라 그런지 섬은 너무도 조용했다. 일반적으로 작은 섬들의 겨울 일상은 평일은 육지에 있다가 주말에 관광객 때문에 다시 들어오는 것이 일상적이다. 사도 역시 그러했다. 가옥들은 대부분 열쇠로 잠겨 있다. 선착장에 서너 대의 어선이 있기는 했다. 수영을 해서 갈 수도 있을 만큼 코앞에 추도가 보이는데도 마음만 타들어간다.

“어디서 왔소? 여그 사람들은 다 나가부렀는디” 골목에서 수레를 끌고 나오던 주민이 말을 건넨다. 추도에 가야 한다고 하니 갑작스레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는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원래 추도를 가려면 여러 명을 한꺼번에 태워야 한다고 한다. 한명만 이동하면 연료비가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서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 애처로웠는지 추도로 뱃머리를 향했다.

“추도에 가면 사람이 있기는 있는디 먹을 것도 없고 잘 데도 없어. 그러니까 백야도로 가는 배시간에 맞춰 연락하믄 데리러 오믄되겄지?” 추도 선착장에 배를 정박하면서 짧게 물어보길래 마음이 급해 그냥 “네”라고만 말하고 배에서 내려버렸다. 배는 다시 사도로 향하고 추도에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되었다.

 

어디선가 맛있는 음식 냄새가 바람을 타고 후각을 자극한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섬은 누군가 청소를 해놓은 듯 깨끗했고, 어딘가 모르게 따스함이 피어올랐다. 대문을 열고 나오는 이는 한눈에 보아도 섬 토박이의 행세는 아니었다. 추도지킴이라 불리는 문화해설사 조영희씨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가 피어올랐다.

1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추도를 지켜오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고 한다. 아름다운 추도 모습에 반해 빈집을 구해 살집을 마련했고, 폐교를 매입하면서 추도를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여러 자료를 수집하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섬 살리기 문화사업에 응모했지만 정기선이 없다는 이유로 탈락되었다. 또한 추도의 상징인 돌담과 공룡발자국이 문화재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관광자금을 받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도 정열적으로 추진을 했던 터라 허탈함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섬을 떠날 생각도 했다. 하지만 추도의 아름다움을 버릴 수 없었다. 아니 지켜야만 했다. 찾는 이가 없어 보존상태가 좋을 것 같았던 섬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천연기념물을 훼손하는 것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화재가 있으면 당연히 설치되어야 할 방범 CCTV와 같은 시설이 없기 때문이었다. 버리고 간 쓰레기들도 골치였다. 치우는 이들이 없는 것이다.

 

현재 추도는 원주민 정옥심 할머니와 조영희씨 2명이다. 여성 2명만 있는 섬이 되어버린 것이다. 주말이면 조영희씨를 도와 추도를 변화시키려는 아들이 찾아오지만 평일은 살기 위험한 곳이 자명하다. 그래서인지 조영희씨는 추도가 알려지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다고 한다. 씁쓸함이 밀려온다.

더 많은 애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시 뭍으로 나가야 하기에 시간이 촉박했다. 추도는 시계반대방향으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물이 들어차면 발자국을 볼 수 없기에 물이 빠지는 시간에 맞춰 와야 한다고 한다. 다행히 물이 빠져 바다에 잠겨 있던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농구장만한 크기의 널따란 바위가 여러 겹 쌓여 독특한 풍광을 보여준다.

사선을 탔던 추도가 보인다. 그리고 그 곳으로 바위들로 이뤄진 바닷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사도와 추도는 일 년에 한 번 물이 가장 많이 빠지는 시기에 바다 갈라짐 길로 건널 수 있다고 한다. 여러 층리와 단층대가 자연의 조각품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평평한 바위 위로 농구공 정도 크기의 웅덩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만들어져 있다. 자세히 보니 공룡발자국이었다. 따스한 햇살에 바위가 달궈지니 점점 물이 증발해 말라가기 시작했다. 선명하게 보이는 발자국 옆으로 걸어 본다. 한 걸음 걸음이 시간을 되돌리는 것 같다.

 

길은 마을로 다시 마을로 이어져 있다. 몇 가구 남지 않은 마을 한 가운데로 놓여져 있는 돌담은 여름에 밀려오는 태풍과 해일, 겨울의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가축과 가옥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래서인지 지붕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다. 길은 폐교로 이어져 있다. 홀로 남겨져 있는 소녀독서상이 이 부지가 학교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만든다.

 

저 멀리 작은 어선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온다. 추도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다. 경계를 하던 멍멍이들도 어느새 낯이 익었는지 다가와 인사를 한다. 점점 멀어져 가는 추도의 모습에서 저 안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좋지만 그저 바람이 흘러가듯 놓아두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나라 남해안에는 중생대 백악기(1억 4500만년~6500만 년 전)에 살던 공룡들의 흔적이 여러 섬 곳곳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발자국부터 뼈까지 다양한 종류의 화석들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을 정도로 그 학술적 가치가 남다르다. 이에 정부는 이러한 지역들을 ‘한국백악기공룡해안’이라는 제목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추도는 중생대 백악기 후기에 형성된 아시아 공룡 발자국 중 가장 최근에 발견된 것이라 한다. 총 1800여 점의 발자국이 발견되었으며, 두 발로 걷는 초식공룡인 조각류와 네 발로 걷는 목 긴 용각류가 주를 이룬다. 이밖에도 연체동물 화석, 개형층 미화석, 무척추동물 생흔화석 등을 볼 수 있다.

 

※ 한반도의 공룡

한반도에는 크고 작은 중생대 퇴적 분지들이 산재해있는데, 대부분 백악기 지층이다. 백악기는 중생대를 셋으로 나눈 마지막 시대로, 이 시대 지층 화석을 연구한 결과 한반도에는 공룡, 익룡, 새, 어류 등 다양한 종류의 생명체가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72년 경남 하동에서 최초로 공룡알 화석이 발견된 이후 경상도와 전라남도에서 많은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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